“주민이 도토리 절취범이냐?”…선암호수공원 현수막 논란

선암호수공원 ‘테마쉼터’ 주변 너무 많은 현수막과 푯말이 ‘과잉행정’이란 지적이다. 세금낭비는 물론, 위법행위에 대한 ‘징역’ ‘벌금’ 등 시민들을 겁박하는 듯한 법률용어를 사용해 거슬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시민은 현수막과 푯말을 설치하는 구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울산시 남구 정원녹지과는 8월 31일 선암호수공원 ‘테마쉼터(미니종교시설)’ 주변 330m 구간에 현수막 10개, 푯말 50개 등 총 60개를 설치했다.

현수막의 내용은 두 종류다.

첫 번째 현수막은 “산림에서 도토리 등을 절취한 경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3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이다.

두 번째 현수막은 “공원 내 식물의 꽃과 열매(도토리등) 무단채취 금지 (CCTV 녹화 중) –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73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이다.

선암호수공원 ‘테마쉼터’ 주변에 설치된 현수막 1개와 푯말 2개. 사진=장덕봉
선암호수공원 ‘테마쉼터’ 주변 산책로. 현수막 1개, 푯말 3개가 설치돼 있다. 사진=장덕봉

푯말 역시 두 종류다.

첫 번째 푯말은 “도토리를 줍기 위해 들어가지 마세요!”, 두 번째는 “꽃무릇이 필 시기입니다. 출입금지 (도토리 줍기 금지)”다.

선암호수공원 ‘테마쉼터’ 푯말. 사진=장덕봉

이날 한 시민이 ‘테마쉼터’ 푯말을 설치하는 구청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시민은 “구청 직원이냐?”고 묻고는 “그렇다”는 대답을 듣자마자 점점 음성을 높이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시민은 “현수막과 푯말을 우후죽순 설치해 시민 세금을 이렇게 낭비할 수가 있느냐”며, “주변 경관도 마구 헤친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본지가 테마쉼터(미니종교시설)’ 주변 330m 구간을 걸어 현수막과 푯말 개수를 확인했다.

현수막은 두 종류로, 길이 4.0mx너비 0.9m이며, 330m 거리에 10개가 설치됐다. 푯말도 두 종류로 가로 30cmx세로 21cm며, 330m 거리에 50개가 설치됐다.

이날 남구 정원녹지과는 33m마다 현수막 1개를, 6.6m마다 푯말 1개를 설치한 셈이다. 수치 상으로 봐도 과잉이란 지적이다.

한 주민은 현수막에 적인 경고문구에 대해, “현수막에 ‘산에서 도토리를 절취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이라고 써 있다”며, “완곡하게 표현해도 될 텐데, 주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여기는 어처구니 없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선암호수공원 ‘테마쉼터’ 주변 330m 구간. 이미지=장덕봉

 

장덕봉 기자
장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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