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정부가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법적 추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한다.
동물복지법을 마련, 동물을 기르는 양육자의 돌봄의무를 강화하고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있도록 선진국 수준으로 제도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동물복지 강화 비전과 전략을 담은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6일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사람·동물 모두 행복한 하나의 복지(One-Welfare) 실현’을 비전으로, 새 정부에서 중점 추진해나갈 동물복지 정책 방향을 3대 추진 전략과 77개 과제로 구성됐다.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추진 기반
우선 농식품부는 보호에서 동물복지 관점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
기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 체계로 개편하면서 학대 방지를 넘어 출생부터 죽음까지 생애주기 관점에서 동물의 건강·영양·안전 및 습성 존중 등 동물복지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2024년에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또 민간 주도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동물보호단체 등이 동물복지 교육·홍보, 동물학대 현장 지원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다양한 협업사업을 추진한다.
건전한 반려동물 양육 등 동물복지를 기반으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전담팀(TF)을 구성하고 내년 1분기까지 반려동물 관련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반려동물 양육 실태 파악 및 체계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를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로 개편하면서 조사방식과 대상을 개선하고 기관·분야별로 생성되는 관련 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사후 처벌 중심에서 사전예방적 정책 도입 확대
농식품부는 건전한 반려동물 양육·돌봄 문화 정착을 위해 양육자의 돌봄의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마당개 등 줄로 묶어 기르는 경우 짧은 목줄(2m 이내) 사용을 금지한다. 적정한 운동과 사람·동물과의 접촉 제공 등 동물의 기본적 욕구 충족을 돌봄 의무로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또 반려동물 입양예정자에 대한 양육 관련 소양·지식 등 사전교육을 확대하고 충동적인 반려동물 입양을 방지하기 위해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의무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물학대 근절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단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대 행위자에 대한 기존의 최대 징역 3년, 벌금 3000만원의 형사처벌 외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프로그램 수강·이수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법 개정을 통해 피학대 동물을 소유자에게 반환할 경우에는 소유자가 사육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관계기관·학계 등 논의를 거쳐 학대 행위자의 동물 양육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동물학대 개념을 ‘상해·질병 유발 여부’에서 ‘고통을 주는지 여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농식품부는 동물 유실·유기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영업단계에서 동물을 입양할 때 등록을 의무화하고 코주름 등 동물 생체정보를 통한 등록과 농촌 지역(읍·면) 등록 의무화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소유자가 장기 입원, 재난 등으로 불가피하게 동물 양육이 어려운 경우에는 지자체가 이를 인수하도록 한다.
유기동물 입양 시에는 돌봄·양육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해 양육 포기로 인한 유기 발생을 방지할 계획이다.
개물림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 체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보호자 없이 반려견이 기르는 곳을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반려견을 직접 안거나 가슴 줄을 잡는 등 이동을 통제해야 하는 장소의 범위를 주택에서 오피스텔, 다중생활시설 등 준주택으로 확대한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등 맹견에 대해서는 생산·수입 및 양육에 대한 관리를 더 강화한다.
맹견·사고견에 대해 공격성, 사육환경, 소유자 통제 가능성 등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기질평가제를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실시한다.
또 맹견 수입 시 품종·사육장소 등을 신고하도록 하고 맹견취급 영업자는 영업허가 외 강화된 시설·관리기준 등 별도의 취급 허가를 받도록 했다.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반려동물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반려동물 영업 관리 강화를 위해 동물 수입·판매·장묘업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영업자 준수사항을 강화하기로 했다. 생산·판매업 등 불법 영업 근절을 위한 처벌과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동물전시·미용·위탁관리업 등 등록업에 대한 허가제 전환,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제한 방안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영업장 내 학대 예방 등을 위한 폐쇄회로 티브이(CCTV) 설치를 의무화·구체화하고 생산·판매업 등에 거래내역 신고제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실험동물 복지 강화를 위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실험기관은 동물의 건강·복지 관리를 위한 전임수의사를 두도록 했다.
동물복지 인증제 활성화를 위해 갱신제(3년) 도입 및 인증 표시기준 마련 등도 추진하고 동물복지 도축장·운송차량 기준을 개선해 인증대상 축종·시설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동물보호·복지 사후 조치 실질화 및 추진체계 개편
농식품부는 동물 학대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고 현장 대응 실효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동물학대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통해 학대행위자가 적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다.
또 피학대 동물의 구조·보호 등 현장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동물보호관(지자체)과 명예동물보호관(동물보호단체 등)의 합동 학대현장 조사 등 협력을 강화하고 구조·격리기간 확대 및 학대 대응 지침(매뉴얼) 마련·배포도 추진한다.
유기동물의 보호와 입양 여건을 개선하고 재난 시 반려동물 대피체계를 구축한다.
구조된 동물의 보호 여건 개선을 위해 동물보호센터를 내년까지 22곳으로 확충하고 보호·관리 인력기준 강화, 폐쇄회로 티브이(CCTV) 설치 및 종사자 교육의무화 등 준수 의무를 강화한다.
개·고양이 20마리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동물보호시설은 보호·격리실, 개체관리카드 등 시설·운영 기준을 갖춰 신고하도록 하고 민간보호시설 입지문제, 시설·운영여건 등 실태조사를 토대로 시설 보완 등을 포함한 개선방안도 마련한다.
또 화재·지진 등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 대피를 위해 농식품부 지침에 따라 지자체별 대피요령을 마련하도록 하고 대피시설 확보 등 사전 대응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폭넓은 동물복지 정책을 논의·조정하기 위한 거버넌스로 동물복지위원회 위상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급증하는 동물복지 정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과 단위 조직을 국 단위로 승격해 운영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포함돼 있는 다양한 정책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세부방안 구체화, 후속 입법 조치 등을 이행하고 동물복지 강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